'N잡 설계사' 허수였나…메리츠 전속 확대 '고전'
전속 설계사 수 최초 4만 돌파에도 정착률·유지율은 하락
N잡 설계사 활용한 전속 채널 강화 전략 실효성 도마
메리츠화재가 ‘N잡 설계사’를 앞세워 전속 채널 확대에 나섰지만, 영업 효율성에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전속 설계사 수는 크게 늘었지만 정착률과 유지율에서 기대에 못 미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메리츠화재 전속 설계사 수는 4만6552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3만5538명)과 비교하면 1만1014명(31%)이 늘어난 수치로 같은 기간 전 손해보험사 중 최고치를 달성했다.
전속 설계사 수의 급증은 메리츠화재가 지난 2024년 3월부터 자사 비대면 설계사 교육 플랫폼 메리츠 파트너스를 통해 모집을 시작한 N잡 설계사 영향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기준 메리츠 파트너스 등록 설계사는 1만2000여명이다.
N잡 설계사는 2개 이상의 직업을 가진 N잡러를 겨냥한 보험사 전속 설계사 채널이다. 자영업자와 직장인, 대학생, 주부 등 본업 외 부업 형태로 보험 영업을 희망하는 인력에 비대면 교육을 제공하고, 전속 설계사로 위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문제는 설계사 수 증가가 곧바로 영업 효율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메리츠화재는 N잡 설계사를 활용해 전속 채널 확대를 꾀했지만, 정착률과 계약 유지율 모두 기존 전속 설계사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보험사 판매채널 영업효율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손보사의 전속 설계사 정착률은 54%로 전년(55.9%) 대비 1.9%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N잡 설계사를 제외한 전속 설계사 정착률은 58.3%로 2.4%p 상승했다. 금감원은 N잡 설계사들이 연평균 2.9건만 모집하는 부업 형태로 활동하면서 정상적인 모집활동 기준(10건 이상)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 전체 전속 설계사 정착률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N잡 설계사를 통해 체결한 계약은 유지율도 낮았다. N잡 설계사의 13차 유지율은 82.2%로 전체 전속 설계사 평균 88.4%를 밑돌았다. 보험 영업은 통상 설계사의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이뤄지며, 설계사 이동 시 기존 계약 리모델링이 함께 진행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설계사의 낮은 정착률과 유지율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불완전한 채널 확대라는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적에서도 N잡 설계사를 활용한 전속 채널 확대 효과는 뚜렷하지 않았다. 메리츠화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46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외형상 안정적인 실적은 유지했지만, CSM배수가 12.6배로 소폭 개선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체에 가깝다.
메리츠화재의 신계약 CSM배수는 2023년 14.5배에서 2024년 11.2배로 떨어진 뒤 2025년 12.1배로 회복 중이다. CSM배수는 신계약 CSM을 월납환산초회보험료로 나눈 값으로, 결국 같은 보험료를 거둬도 CSM배수가 높은 상품을 통한 판매 이익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메리츠화재가 전속 채널 확대에 어려움을 겪자 N잡 설계사라는 우회 전략을 택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메리츠화재가 올해 초 김범수 전 신한라이프 부사장 영입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김 전 부사장은 FC사업그룹장 출신의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메리츠화재는 그의 영입을 통해 전속 설계사 조직 운영 효율 극대화를 도모한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화재는 내부적으로 N잡 설계사 전략에 대한 변동 사항은 없으며 전속 설계사보다도 엄격한 기준으로 소비자 보호 교육과 공지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일반적인 대면 채널의 전업 설계사는 위촉 후 초반 2~3차월까지만 집중적인 관리가 진행되는 데 반해, 메리츠 파트너스는 위촉 전부터 배정된 멘토가 계속해서 1:1로 사후관리 및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소비자 권익을 저해하는 요소에 엄격한 기준을 설정, 추후 영업 제재 등의 페널티를 부여한다”라고 설명했다.
메리츠금융그룹 사옥. (사진=메리츠화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