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인사이트] 한화금융 '보험형제'의 다른 계산법…"생보의 반격이냐 손보의 실험이나"

▲ 왼쪽부터 한화생명 권혁웅 부회장-이경근 사장, 한화손해보험 나채범 사장.

[서울타임즈뉴스 = 최남주 기자] 한화그룹 보험 계열사인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의 올해 1분기 성적표는 같은 그룹 안에서도 성장 공식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해 순이익 규모에서 자회사인 한화손해보험에 뒤졌던 한화생명은 올해 반등에 성공하며 생명보험 계열의 존재감을 회복했다. 반면 한화손해보험은 단기 실적이 주춤했지만 미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를 끌어올리며 다음 성장 국면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양사의 차이는 단순한 실적 숫자보다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전략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한화생명이 투자와 해외 사업, 계열사 시너지를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길을 걷고 있다면 한화손해보험은 여성보험과 디지털 경쟁력을 앞세워 특정 시장을 깊게 공략하는 전략을 택했다. 같은 보험업을 영위하지만 성장의 방향은 전혀 다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9조98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807억원으로 29.4%, 당기순이익은 3815억원으로 29.0% 늘었다. 이번 실적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의미가 더욱 크다.

지난해 한화생명의 별도 기준 순이익은 3133억원에 그쳤다. 반면 한화손해보험은 3611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한화생명을 앞질렀다. 그룹 보험 계열의 중심 역할을 해온 생명보험사가 손해보험사에 순이익 규모에서 밀렸다는 점은 시장의 적지 않은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점수판은 확연히 달라졌다. 한화생명은 연결 기준 순이익 3815억원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 순이익도 2480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보험손익은 감소했지만 투자손익이 큰 폭으로 늘며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보험 본업만으로 승부하기보다 투자와 자회사, 글로벌 사업을 함께 활용하는 구조가 효과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한화생명은 보험회사라는 틀을 넘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 피플라이프 등 GA 계열사를 비롯해 한화손해보험, 한화자산운용, 한화투자증권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해외 사업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1분기 주요 자회사 이익은 1336억원으로 전체 순이익의 35%를 차지했다. 인도네시아 노부은행과 미국 벨로시티증권 역시 실적에 힘을 보탰다. 미래 수익성을 보여주는 신계약 CSM도 6110억원으로 25.1% 증가했다. K-ICS 비율은 162%를 기록하며 금융당국 권고 수준을 웃돌았다. 단기 실적과 자본 건전성, 미래 수익 기반이 동시에 개선된 셈이다.

▲ [표=서울타임즈뉴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권혁웅 부회장과 이경근 사장의 공동대표 체제가 자리하고 있다. 권 부회장이 글로벌 사업과 AI 기반 혁신, 신성장 전략을 이끌고 있다면 이 사장은 영업 현장과 보험 본업 경쟁력을 책임지고 있다. 미래 사업 확대와 현장 경쟁력을 동시에 챙기는 역할 분담이 점차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한화손해보험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조9716억원으로 10.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305억원으로 32.4%, 당기순이익은 989억원으로 28.9% 감소했다. 매출 외형을 전년 동기대비 두자릿수 늘었지만 수익부문에서 뒷걸음질 친 셈이다.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한 영향이 크다.

자동차보험 손실 규모는 지난해보다 확대됐고 실손보험 손해율 역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의료 이용 증가와 정비비 상승, 보상 원가 부담은 손해보험업계 전반이 안고 있는 공통 과제다. 그러나 미래 경쟁력 지표는 오히려 개선됐다. 신계약 CSM은 30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 한화손해보험이 집중해 온 여성보험과 건강보험 중심의 고가치 계약이 늘어난 결과다. K-ICS 비율도 184%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한화손해보험의 이 같은 변화는 나채범 사장의 전략과 맞닿아 있다. 나 사장은 취임 이후 한화손해보험을 '여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보험사'로 포지셔닝하는 데 집중해 왔다. 자동차보험 중심의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여성 건강과 생애주기 보장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역량을 투입했다.

실제로 한화손해보험은 여성 건강보험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차별화했다. 유방암과 자궁암, 난소암 보장뿐 아니라 임신과 출산, 난임, 산후관리까지 보장 범위를 확대하며 여성 고객 기반을 넓혀 왔다. 이는 단순 상품 판매를 넘어 장기 고객 확보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남은 과제는 수익성 입증이다.

캐롯손해보험 통합 이후 확보한 디지털 역량과 온라인 고객 기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자동차보험 중심의 디지털 경쟁력을 장기보험과 건강보험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결국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의 경쟁은 단순한 실적 순위 싸움이 아니다. 한화생명이 사업 영역을 넓히며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면 한화손해보험은 특정 고객층에 깊이 침투하는 전문 보험사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성적표에서는 한화생명이 한화손해보험을 다소 앞섰다. 하지만 보험산업의 승부는 한 분기 실적으로 끝나지 않는다. 외연 확장 전략이 더 큰 성장성을 증명할지, 특정 시장을 깊게 파고드는 특화 전략이 더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어낼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한화그룹이라는 같은 둥지 안에서 서로 다른 공식을 선택한 한화생명 권혁웅-이경근과 한화손해보험 나채범 3인의 실험은 향후 한화 보험의 미래 경쟁력을 가늠할 중요한 좌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https://www.seoultimes.news/news/article.html?no=2000096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