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7000억인데… 車보험 '8주룰' 연기에 속타는 손보사

정부가 자동차보험 경상환자의 장기 치료 관리를 위해 추진 중인 이른바 '8주룰' 도입이 결국 하반기로 미뤄졌다. 그 사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87.0%까지 상승했고, 한방진료비 비중도 사상 처음 60%를 넘었다.

장기 치료 관리 공백이 이어지면서 보험업계 부담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제도 도입을 둘러싼 논의는 의료계와의 입장 차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8주룰은 자동차사고 경상환자(상해등급 12~14급)가 사고 후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을 경우 추가 진단서와 치료 필요성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공적 심사를 통해 치료 연장 필요성을 확인받고, 보험사는 승인된 기간에 한해 치료비를 지급보증하는 방식이다.

당초 정부는 올해 시행을 목표로 했지만 이해관계자 간에 이견이 계속되면서 도입 시점이 하반기로 미뤄진 상태다.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나 구체적인 시행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보험업계는 최근 손해율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경상환자 치료비 증가를 지목하고 있다. 대형 4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23년 79.8%에서 2024년 83.3%, 지난해 87.0%로 상승했다. 올해 3월 말 누계 기준 손해율도 85.9%로 전년동기 대비 3.4%p 높아졌다.

자동차보험 손익도 악화됐다. 자동차보험은 2024년 97억원 적자로 전환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7080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커졌다.

한방진료비 증가세가 뚜렷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는 2015년 3576억원에서 지난해 1조6972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자동차보험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0%에서 60.4%로 확대됐다.

경상환자 치료비 구조에서도 한방과 양방 간의 격차는 크게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한방 경상환자 치료비는 약 1조961억원으로 양방 치료비의 4.2배 수준이었다. 1인당 치료비 역시 한방(약 108만원)이 양방(36만원)의 3배 수준이다.

치료 기간에서도 차이가 난다. 손해보험업계 집계 기준 전체 경상환자의 약 90%는 사고 후 8주 이내 치료를 마쳤지만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 87.8%는 한방 치료 이용자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율이 87%까지 올라 적자 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한방진료비 비중 확대와 장기치료 증가가 맞물리며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8주룰 도입이 지연될수록 제도 공백에 따른 비용 누수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8주룰이 환자의 치료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교통사고 후 통증과 후유증은 환자별 차이가 큰 만큼 일률적인 기준으로 치료를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치료 필요성은 의료적 판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적정 치료는 보장하되, 과도한 장기 치료를 줄일 수 있는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보험업계와 의료계 간의 입장 차가 여전한 만큼 8주룰을 둘러싼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출처: https://v.daum.net/v/20260603183709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