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 내고 20억 타낸 '2500번의 티눈 시술'… 대법원 판결의 기막힌 반전 - 보험저널
발가락 티눈 하나를 빼기 위해 무려 2500번이 넘는 수술을 받은 가입자가 있다. 납입한 보험료는 500만 원 남짓이지만, 여러 보험사를 합산해 20억 원대에 달하는 보험금을 청구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른바 '티눈 사건'이다. 단순한 촌극이나 보험사기극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는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사법 제도의 대원칙과 실무적 구제책이 충돌하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보험업계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 1막, 이틀에 한 번꼴 시술, 가입자의 완승
사건의 발단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40대 가입자 A씨는 2016년 7월, 질병 수술 시 1회당 30만 원을 지급하는 특약이 포함된 다수의 정액 보장 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A씨는 병원에서 티눈 제거를 위한 '냉동응고술'을 반복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초기 약 2년 동안 이틀에 한 번꼴로 시술을 받은 A씨가 청구한 보험금만 1억 2570만 원에 달했다. 이에 보험사는 "냉동응고술은 약관상 '수술'이 아니며, 보험금 부정 취득 목적의 계약이므로 무효"라며 1차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021년 5월 대법원은 "냉동응고술도 특별약관상 수술에 해당하며, 계약 당시 보험금 부정 취득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가입자 A씨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 판결은 최종 확정되었다.
◇ 2막, 브레이크 없는 폭주, 하급심의 철퇴
1차 소송에서 승소한 A씨의 행보는 더욱 대담해졌다.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병원을 옮겨 다니며 약한 강도로 티눈 시술을 계속 받았다.
가입 후 약 6년 반(2016년 9월~2023년 3월) 동안 A씨가 받은 티눈 수술은 총 2575회까지 치솟았다. 이로 인해 그가 받아 가거나 청구한 보험금은 총 7억 7250만 원이었으며, 타 보험사를 합산하면 20억 원대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반면 그가 납입한 총 보험료는 약 513만 원에 불과했다.
결국 보험사는 1차 소송 변론이 끝난 이후에만 추가로 2100여 회의 시술을 더 받아 6억 5000만 원을 챙긴 것은 명백한 '새로운 사실관계(사정 변경)'라며 2차 계약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하급심 재판부는 "근본 치료를 하지 않고 약한 강도로 무한정 시술을 받아 거액을 편취한 것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명백한 보험사기"라며 이번에는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 3막, 대법원의 파기환송, 그리고 숨겨진 '진짜 반전'
보험사의 완승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사건은 대법원에서 또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하급심의 유죄(무효) 판결을 깨고, 다시 가입자 A씨의 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이 지적한 법적 핵심은 민사재판의 대원칙인 '기판력(旣判力)'이었다. 대법원은 "보험계약이 무효인지 여부는 '계약 체결 시점(2016년)'의 목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미 1차 소송에서 '2016년 계약 체결 당시 부정 취득 목적이 없었다(유효)'고 법원이 확정판결을 내렸으므로, 그 이후에 치료 횟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기존 사실관계에 대한 새로운 '증거'일 뿐, 기판력을 깨뜨릴 수 있는 독립된 '새로운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똑같은 사건을 증거가 더 늘어났다고 해서 다시 재판할 수는 없다는 엄격한 법리적 판단이었다.
이대로 보험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촌극이 가입자의 승리로 끝난 것일까. 사법부는 결코 이를 방관하지 않았다. 기판력이라는 거대한 벽에 막혀 보험사가 패소한 것처럼 보이는 이 사건에는 결정적인 반전이 숨어 있었다. 대법원이 본안 소송과 동시에 선고된 별건 약관 소송(대법원 2026다200089 판결)에서 "'티눈 및 굳은살'은 약관상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피부질환 면책 조항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선언하며, 보험금 지급 의무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린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보험범죄연구소 박철현 소장은 대법원의 이러한 행보를 치밀한 '실무적 제동 장치'라고 분석했다. 박 소장은 "가입자의 행위는 상식적인 보험 제도의 근간을 해치는 사기 행태에 가까웠으나, '한번 법원에서 유효하다고 확정된 판결은 이후 증거가 더 발견되더라도 뒤집을 수 없다'는 사법 제도의 기판력 원칙이 우선 적용되어 보험사가 당해 계약 무효화에는 실패한 사건"이라고 요약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대법원은 민사소송법상 이미 지급된 보험금을 환수하거나 계약 자체를 무효화할 수는 없다고 보았음에도, 별건의 판결을 통해 합법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막을 수 있는 실무적인 제동 장치를 함께 마련하는 묘수를 뒀다"고 평가했다.
◇ 판결은 못 뒤집었지만, '꼼수 청구'는 원천 차단
결과적으로 이 판결 이후부터는 동일한 약관을 가진 가입자가 티눈 제거 수술을 아무리 반복적으로 받더라도, 보험사는 합법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사건은 겉보기에는 보험사가 기판력이라는 벽에 부딪힌 법리적 패배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무적으로는 무분별한 반복 시술을 통한 사기성 청구에 완벽한 쐐기를 박은 의미 있는 사례다. 법의 안정성을 철저히 지키면서도 상식에 반하는 꼼수를 실무적으로 차단해 낸 대법원의 판결이 던지는 시사점은 크다.
출처: https://www.insjournal.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