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보험 리모델링인가, 부당승환인가...GA 내부통제의 새로운 시험대 - 보험저널
보험 리모델링 영업, 필요하지만 위험하다
보험 영업 현장에서 ‘보험 리모델링’은 매우 익숙한 표현이다. 고객이 오래전에 가입한 보험의 보장 내용을 점검하고, 부족한 보장을 보완하거나 불필요한 보험료 부담을 줄여주는 일은 분명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리모델링 영업이 언제든 ‘부당승환’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계약자에게 기존 보험의 단점만 부각하고 새로운 보험의 장점만 강조하여 기존 보험을 해지하게 한 뒤, 새 보험에 가입시키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겉으로는 보장 분석이고 리모델링이지만, 실질은 새로운 계약 모집을 통한 수수료 확보를 위한 편법인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소비자는 기존 계약 해지로 인한 손실, 면책기간 재개, 감액기간 재적용, 보험료 상승, 고지의무 위반 위험 등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 리모델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여 기존 계약 해지를 전제로 한 모든 영업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부당승환은 설계사 개인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GA(법인보험대리점)는 부당승환 문제가 발생하면 흔히 “설계사 개인의 일탈”이라고 선을 긋는다. 해당 설계사가 고객에게 잘못 설명했을 뿐, 본사는 이를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특정 설계사가 독자적으로 무리한 영업을 하는 경우도 실재하므로, 모든 부당승환 의심 사례의 책임을 곧바로 GA 본사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현실의 영업 구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GA 본사가 특정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도록 독려하고 고액 시책을 설정하며, 리모델링 영업자료를 배포하여 지사나 지점 단위로 실적을 관리해 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단체 메신저 방에서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특정 상품으로 전환하라는 취지의 영업 방향이 공유되었거나, 고객 DB를 제공하며 전환 영업을 노골적으로 유도했다면 이는 결코 설계사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다.
실제로 부당승환 자체는 현장에서 설계사의 손을 통해 실행되지만, 그 배경에는 GA의 수수료 구조, 시책 설계, 교육자료, 실적 압박, 내부통제 부재가 톱니바퀴처럼 함께 작동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7년 분급 시대, 부당승환 리스크는 더 커진다
보험 판매수수료 체계는 장기 유지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 7년 분급 구조가 도입되는 현시점에서, 계약을 단기간에 모집하고 해지시키는 방식의 영업은 제도의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특히 7년 분급 구조에서는 하나의 계약이 장기간 유지되는지가 수수료 수익의 핵심이 된다. 그럼에도 기존 계약을 무리하게 해지시키고 새 계약으로 갈아타게 하는 부당승환 영업이 반복된다면, 이는 단순한 불완전판매 민원을 넘어 GA의 내부통제 수준을 평가하는 중대한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
이제 부당승환은 설계사 개인의 모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발성 사고가 아니다. GA의 영업 정책, 시책 설계, 교육자료, 지점 관리 방식이 종합적으로 평가되는 구조적인 법적 리스크가 되고 있다.
비교안내확인서는 면책 서류가 아니다
부당승환 분쟁에서 방패막이로 단골처럼 등장하는 자료가 바로 ‘비교안내확인서’다. GA나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기존 계약과 새 계약을 비교 설명했고, 고객도 확인서에 자필 서명했다”고 항변한다. 서류만 보면 법적 절차를 완벽히 갖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비교안내확인서가 존재한다고 해서 부당승환의 책임에서 무조건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비교 안내는 형식이 아니라 실질의 문제다. 기존 계약의 보장 내용, 해지 시 손실, 새 계약의 면책기간, 감액기간, 보험료 증가 가능성, 기존 계약에서 유지되는 유리한 조건 등을 객관적으로 설명했는지가 본질이다. 고객이 서명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내용이 충분히 설명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특히 실무에서는 비교안내확인서가 모집 절차의 마지막 단계에서 요식 행위로 작성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고객은 이미 새 보험에 가입하기로 마음을 굳힌 뒤, 설계사가 표시해 준 형광펜 자국을 따라 기계적으로 서명만 하기도 한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런 맹탕 확인서는 든든한 방패가 아니라 오히려 불완전판매를 입증하는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GA 내부 자료가 책임의 증거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부당승환 분쟁에서 핵심을 가를 증거는 고객에게 교부한 서류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GA 내부 교육자료, 상품 비교표, 리모델링 스크립트, 단체 메신저 공지, 시책 안내문, 지점장 지시사항, 실적 관리표 등이 모두 결정적 증거로 쓰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내부 교육자료에 특정 상품을 무조건 기존 보험의 대체재로 소개하거나 기존 보험의 단점만 편파적으로 부각하는 영업 스크립트가 포함되어 있다면 법적으로 위험하다. 지점 단체방에서 기존 고객 DB를 전환하라는 취지의 실적 압박이 반복되었다면, 본사나 지점의 조직적 관여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GA는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교육자료와 영업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그러나 그 자료가 판매 실적에만 매몰되어 위법하게 작성된다면, 훗날 부당승환을 조직적으로 유도했다는 스모킹 건(Smoking Gun)이 될 수 있다.
내부통제는 정확한 기록을 남기는 과정이다. 그러나 편향되고 위법한 기록은 결국 조직적 책임을 묻는 올가미로 돌아온다.
리모델링 영업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보험 리모델링 자체가 나쁜 것은 결코 아니다. 오래된 보험 중에는 보장이 턱없이 부족하거나 현재의 의료 환경과 맞지 않거나 보험료 대비 효용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고객에게 더 적합한 보장을 제안하는 것은 보험설계사의 중요한 권리이자 의무다.
따라서 GA와 보험설계사는 리모델링 영업의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기존 계약의 불이익과 장점을 객관적으로 안내하고, 새 계약의 장점뿐만 아니라 면책기간, 감액기간, 보험료 부담, 고지의무 위험도 반드시 함께 설명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고객이 기존 계약을 유지하는 선택지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GA 본사 역시 지사와 설계사의 리모델링 영업자료를 사전에 엄격히 점검하고, 특정 상품 전환을 과도하게 유도하는 시책이나 교육이 배포되지 않도록 통제해야 한다.
보험 리모델링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수수료가 아니라 고객의 실질적 이익이 있어야 한다. 그 기준을 잃는 순간 리모델링은 부당승환이라는 위법 행위가 되고, 눈앞의 실적을 좇은 무리한 영업 전략은 거대한 법적 책임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김기훈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덕수에서 보험대리점(GA) 및 보험설계사 법률 사건을 전담하는 특화 변호사다. 국내 GA 업계의 특수성을 깊이 이해하는 몇 안 되는 전문가로서, 유튜브 채널 '후니로TV'와 브랜드 '보험분쟁솔루션'을 통해 현장의 실질적인 법률 구제에도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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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insjournal.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