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의 판례로 배우는 보험상식] 시설 내 사고처리, ‘배상책임’과 ‘구내치료비’는 다릅니다 - 한국보험신문

김진호 대표

아파트 골프연습장, 헬스장, 식당, 카페, 병원, 상가, 숙박시설 등 사람이 오가는 시설에서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그 시설이 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당연히 모든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시설소유관리자배상책임보험은 말 그대로 피보험자인 시설 소유자 또는 관리자가 법률상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그 손해를 보상하는 보험이다. 민법상 공작물의 설치·보존상 하자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점유자 또는 소유자의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는데, 결국 핵심은 시설 측의 관리상 과실이나 하자가 인정되는지 여부다.

즉 피해자가 시설 안에서 다쳤다고 해서 곧바로 시설 측의 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바닥이 미끄러웠는지, 계단·문턱·조명·안내표지 등 시설상 하자가 있었는지, 관리자가 위험을 방치했는지, 피해자 본인의 부주의가 어느 정도였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 시설 측의 과실이나 시설 하자가 인정되지 않으면 배상책임보험에서는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담보가 있다. 바로 ‘구내치료비 특약’이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분쟁사례에서도 이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청구인은 아파트 내 골프연습장 이용 중 출입구에서 뛰어가다 계단 구간에 발이 걸려 넘어졌고, 입주자대표회의는 시설소유관리자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면서 구내치료비 특약도 추가로 가입한 상태였다. 보험사는 시설물 하자가 없으므로 입주자대표회의의 배상책임이 없고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구내치료비 특약에 가입돼 있다면 피보험자의 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더라도 해당 시설 내 사고 발생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피해자가 실제 발생한 치료비를 보험금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구내치료비 특약은 일반적인 배상책임 담보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설소유관리자배상책임보험의 기본 담보는 ‘책임보험’이다. 시설 측이 법률상 배상책임을 져야 할 때 그 손해를 보상한다. 반면 구내치료비 특약은 시설에 하자가 없더라도 영업장 또는 시설 내에서 제3자가 다친 경우 실제 치료비를 일정 한도 내에서 보상하는 특약이다.

관련 보도에서도 금융감독원은 영업장이 구내치료비 특약에 가입돼 있다면 시설 내 사고 발생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법률상 배상책임이 없어도 피해자가 보험회사에 실제 발생한 치료비를 직접 청구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다만 여기서 또 하나의 오해가 생긴다. 구내치료비 특약으로 접수됐다고 해서 피해자가 위자료, 휴업손해, 일실수익, 향후치료비, 간병비 등 배상책임상 손해배상 항목을 모두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내치료비 특약은 기본적으로 ‘배상’이 아니라 ‘치료비 보전’에 가까운 담보다. 따라서 시설 측의 과실이 인정되는 배상책임 사고와 달리, 약관상 정해진 한도 내에서 실제 발생한 치료비 중심으로 지급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손님이 본인 부주의로 넘어졌고, 바닥 상태나 시설 관리상 특별한 하자가 없다면 식당 측의 법률상 배상책임은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일반 배상책임 담보만으로는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식당이 구내치료비 특약에 가입돼 있다면, 사고 장소와 사고 사실, 치료 내역이 확인되는 범위에서 치료비 청구가 가능할 수 있다.

반대로 시설 바닥에 물기가 방치돼 있었거나, 계단 파손·조명 불량·안전표지 미설치 등 시설상 하자가 사고 원인으로 인정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때는 단순 구내치료비 문제가 아니라 시설소유자 또는 관리자의 법률상 배상책임이 문제 되고, 피해자는 치료비 외에도 손해배상 항목을 주장할 여지가 생긴다.

결국 사고 접수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험회사나 시설 측이 “배상책임 사고가 아니다”라고 말했을 때 그대로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먼저 해당 시설이 가입한 보험증권에 구내치료비 특약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약이 있다면 시설 측의 과실 여부와 별개로 치료비 청구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사고 직후 사고 장소, 사고 경위, CCTV 보존 요청, 목격자 진술, 진료기록, 영수증, 진단서 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설 측도 마찬가지다. 사고가 발생하면 무조건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고 대응하기보다, 기본 배상책임 담보와 구내치료비 특약을 구분해 피해자에게 정확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

이번 분쟁사례가 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시설소유관리자배상책임보험은 ‘배상책임이 있어야’ 지급되는 보험이지만, 구내치료비 특약은 ‘배상책임이 없어도’ 치료비 지급이 가능할 수 있는 별도 장치라는 점이다.

시설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모두 배상책임 사고는 아니다. 그러나 배상책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보험금 청구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피해자와 시설 운영자 모두가 구내치료비 특약의 존재와 성격을 정확히 이해해야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

김진호 대표

행정사법인 손해사정법인 미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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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in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06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