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앞두고 금융권 선점 경쟁 본격화 - 한국보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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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금융권의 사전 준비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와 국회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가상자산거래소 규율체계 정비를 포함한 ‘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준비자산, 감독 권한 등 핵심 제도는 확정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금융회사들은 결제부터 송금·정산, 자금세탁방지(AML), 토큰화 자산 인프라 등을 중심으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기술검증(PoC)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제도화 이후 사업화 가능한 기반을 다지는 모습이다.
KB금융그룹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실사용 가능성을 결제·정산·송금 흐름에서 검증했다. KB금융은 지난 17일 전자결제 전문 기업 ‘KG이니시스’, 글로벌 블록체인 플랫폼 ‘카이아(Kaia)’, 디지털자산 솔루션 기업 ‘오픈에셋(OpenAsset)’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부터 오프라인 QR 결제, 가맹점 정산, 해외송금까지 연결한 PoC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커피 전문점 ‘할리스(Hollys)’의 키오스크에서 소비자가 디지털 지갑 없이 QR로 결제하면 스마트 컨트랙트가 자동으로 실행돼, 블록체인에 입력된 조건에 따라 정산되는 구조다.
해외송금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온체인 유동성으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꾼 뒤 베트남 현지 파트너를 통해 실제 은행 계좌로 입금하는 방식으로 구현했다. KB금융은 “전 과정이 3분 이내 완료됐고, 기존 은행 간 국제송금망인 SWIFT 방식 대비 수수료가 약 87% 절감됐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스테이블코인 거래 확산에 대비해 AML 인프라를 먼저 구축했다. 블록체인 컴플라이언스 기업 ‘보난자팩토리’의 KYT(Know Your Transaction, 거래 모니터링) 솔루션 ‘트랜사이트(TranSight)’를 도입해 은행권 최초 온체인(On-chain·블록체인상)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한다. 트랜사이트는 블록체인에 기록된 거래 정보와 지갑 주소를 분석해 자금세탁,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와의 연관 가능성을 점검하는 솔루션이다.
신한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송금 서비스와 연결될 경우 기존 계좌 중심 AML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지갑 주소와 거래 흐름 분석을 내부통제 체계에 연동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리액터(Reactor)’ 솔루션을 활용해 가상자산 관련 자금세탁 위험을 모니터링해 왔으며, 한국은행의 예금토큰 활용성 테스트 ‘프로젝트 한강’과 국제결제은행(BIS)의 ‘아고라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며 디지털자산 리스크 관리 경험을 쌓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15일 두나무와 디지털자산 미래 혁신 모델 구축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날 하나금융그룹 명동사옥에서 개최된 협약식에서 박현중 두나무 총괄이사(왼쪽부터), 박근영 하나금융티아이 대표이사, 최원석 두나무 부사장, 이은형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오경석 두나무 대표이사,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민석 두나무 부사장, 남호식 하나금융그룹 상무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그룹은 두나무 지분투자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진입 기반을 넓히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4일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주식 228만4000주를 약 1조33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오는 6월 15일 취득이 완료되면 하나은행은 두나무 지분 6.55%를 보유한 4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또한 하나금융은 두나무의 자체 블록체인 ‘기와(GIWA)체인’을 디지털 금융 인프라로 발전시키고, 블록체인 기반 외화송금 서비스 고도화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사용·환류 생태계 구축을 공동 과제로 제시했다. 기존 SWIFT 체계 외화송금을 기와체인으로 구현하는 PoC를 마쳤으며, 향후 업비트와 연계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도 검토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2일 발간한 리포트에서 “하나은행의 블록체인 인프라 검토·협업은 단순한 가상자산 투자라기보다 결제·정산의 속도, 자동화, 투명성을 개선하려는 지급결제 인프라의 구조적 변화에 선제 대응하려는 목적이 크다”면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등 일부 영역은 제도화와 규정 정비가 진행 중인 만큼 상용화 범위와 시점, 수익 기여도에 대한 가시성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글로벌 가상자산 결제 및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문페이(MoonPay)’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규제 요건이 마련되는 범위에서 디지털자산 관련 비즈니스를 다방면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가상자산사업자와의 지분투자나 전략적 제휴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 사의 행보는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이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 포석 전략”이라며 “결제부터 송금·정산, AML까지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회사 간 인프라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와 관련해 이용자 보호와 금융안정 문제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가상자산거래소 규율체계 정비를 포함한 2단계 가상자산법 입법과 연계해 관련 사안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손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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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in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0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