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험은 왜 점점 ‘어려운 시장’이 되는가

최수영 법무법인 정윤 변호사

최근 보험시장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누군가는 더 좋은 상품에 빠르게 가입하고, 더 유리한 조건을 확보한다.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위치에 선다.

반면 누군가는 상품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가입하고, 갱신형 구조나 면책 조항을 뒤늦게 알게 된다.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도 반복적인 서류 보완과 분쟁을 경험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차이가 단순히 경제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 보험시장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은 “누가 보험 시스템 안으로 더 깊게 접속할 수 있는가”에 가까워지고 있다.

과거 보험시장은 비교적 단순했다. 설계사 중심 판매 구조였고, 상품 종류 역시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았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가입했는가, 가입하지 못했는가” 자체가 중요한 시장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플랫폼과 데이터 기술이 확대되면서 보험시장 구조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현재 보험시장은 온라인 비교 플랫폼, AI 언더라이팅, 맞춤형 상품 추천, 건강데이터 기반 보험 등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보험에 가입했는가가 아니다.

어떤 정보를 먼저 접하는가, 어떤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가, 자신의 건강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는가, 그리고 복잡한 약관 구조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가가 실제 보험 조건 자체를 바꾸기 시작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실손보험 가입자라도 누군가는 모바일 앱의 자동 청구 시스템을 활용해 며칠 만에 보험금을 받는다. 반면 누군가는 반복적인 서류 보완 요청과 약관 해석 문제 속에서 청구 자체를 포기하기도 한다. 같은 보험시장 안에 있지만, 실제 접근 가능성과 활용 능력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보험시장의 본질 자체를 조금씩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은 원래 위험을 공동으로 분산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데이터 기술과 AI 기반 구조가 확대되면서 보험은 점점 “누가 더 좋은 위험군으로 분류되는가”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다.

건강데이터를 잘 관리하는 사람은 더 좋은 조건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플랫폼 접근성이 높은 사람은 더 빠르게 상품을 비교할 수 있다. 금융지식이 높은 사람은 불리한 약관을 상대적으로 더 잘 피할 수 있다.

반면 접속력이 낮은 소비자는 불완전판매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된다. 과잉 보장 또는 과소 보장 상태에 놓이거나, 보험금 지급 분쟁에서도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즉 보험시장은 점점 ‘접속 가능한 사람’과 ‘접속에서 밀려나는 사람’ 사이의 차이가 발생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불평등이 과거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보험 가입 여부 자체가 중요한 문제였다면, 지금은 대다수가 보험에 가입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보 접근 속도, 플랫폼 활용 능력, 알고리즘 추천 구조, 금융 이해력 수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보험상품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는데, 이를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고령층이나 정보 취약계층일수록 이러한 변화 속에서 더 불리한 위치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이 흐름은 보험의 공공성 문제와도 연결된다. 보험은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사회적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안전망이라는 성격을 가진다. 그런데 접속 격차가 확대될 경우, 고위험군 배제, 정보 취약계층 소외, 보험 사각지대 확대 같은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보험시장도 단순한 금융시장이 아니라 “누가 보험 안으로 더 안정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가”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보험시장에서 설명의무와 적합성 원칙이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보 접근성이 낮은 소비자일수록 구조적으로 더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보험 비교 플랫폼과 추천 알고리즘의 책임 문제 역시 점점 중요해질 수 있다. 소비자의 선택이 플랫폼 구조와 알고리즘 추천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공정성과 설명 책임에 대한 논의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보험시장의 핵심 질문은 “누가 가입했는가”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질문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누가 더 좋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가, 누가 더 유리한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가, 누가 더 빠르게 시스템 안으로 연결될 수 있는가가 실제 결과를 바꾸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시장은 지금 점점 ‘보장의 시장’에서 ‘접속과 선별의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으로 보험시장의 새로운 불평등은 보험 가입 여부 자체보다, 보험 시스템 안으로 얼마나 깊고 유리하게 접속할 수 있는가에서 발생하게 될지도 모른다.


출처: https://www.kbank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4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