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찾던 수사, 이제 진짜를 증명해야"…진짜 같은 AI 보험금 청구 서류 '골머리' - 보험저널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이 보험사기 범죄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AI가 수사기관의 적발 효율을 높이는 도구로도 쓰이지만, 반대로 지능화된 범죄자들에게는 더욱 정교한 '범행 은폐 도구'로 악용되면서 수사 현장에 막대한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단순한 서류 위조를 넘어 딥페이크를 활용한 허위 영상 제작, 범죄 시나리오 자동화까지 등장하며 보험 조사와 수사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 포토샵 조작은 옛말… '진짜 같은 가짜' 서류와 딥페이크 증거의 습격

향후 보험범죄 수사에서 가장 큰 난관은 육안 감정이 거의 불가능한 '초정밀 위조 서류'의 급증이다. 과거 포토샵을 이용한 조작은 어설픈 흔적을 남겼지만, 현재의 AI 생성 기술은 병원별 양식을 학습하고 의사의 필체를 모사하는 것은 물론 도장과 직인까지 자동으로 생성해 낸다. 광학문자인식(OCR) 재편집과 문서 노이즈 자동 삽입 기술까지 더해지면서 진단서, 입퇴원확인서, 처방전, 영상판독지, 수리 견적서 등 거의 모든 증빙 서류가 위조의 표적이 되고 있다.

여기에 딥페이크 기술이 결합하며 단순 서류 위조를 넘어선 '가짜 상황'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사고 당시의 충격음이 담긴 블랙박스 음성, 피해자의 통증 호소 녹취, 허리를 굽히지 못하는 환자의 상태나 재활 치료 영상까지 AI로 합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수사기관은 영상이나 음성 자체를 증거로 신뢰하기 어려워졌고, 메타데이터 분석 등 디지털 포렌식에 대한 부담이 급격히 가중되고 있다.

◇ 조작된 증거의 홍수… 조직형 사기 대본까지 써주는 AI 챗봇

디지털 증거의 진위 판별 역시 험난해졌다. 과거에는 원본 파일의 메타데이터(EXIF)를 확인하거나 촬영 기기 분석 정도로 대응이 가능했다. 그러나 AI 생성물은 생성 흔적을 지우고 다단계 편집을 거치며, 클라우드를 경유해 출처 추적을 교란한다. 결과적으로 수사기관은 증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넘쳐나는 증거 속에서 '무엇이 진짜인지', '어느 시점부터 조작되었는지'를 일일이 입증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였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AI가 조직형 보험사기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범죄 조직은 AI를 활용해 허위 환자의 프로필과 가짜 SNS 활동 기록, 허위 대화 내역을 순식간에 제작한다. 심지어 AI 챗봇을 이용해 보험금 청구 스토리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조사관의 예상 질문을 뽑아 모범 답안을 숙지하는 등 조사 대응 시뮬레이션까지 진행한다. 초보 범죄자도 AI의 도움을 받아 전문가 수준의 진술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 수사 전문성 격차 및 해외 서버 관할 문제 등 법적 분쟁 예고

범죄 기술의 발전 속도를 수사 역량이 따라가지 못하는 '전문성 격차' 현상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 향후 보험 수사는 형사 수사 기법에 의료 지식, 금융 분석, 디지털 포렌식, AI 생성물 판별 능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선 경찰서나 소규모 조사팀이 고도화된 AI 포렌식 역량을 즉각적으로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더불어 범죄자들이 해외 AI 플랫폼이나 클라우드, 해외 가상번호 및 서버를 이용할 경우 자료 확보 자체가 난관에 부딪힌다. 국가별 개인정보보호법과 로그 보존 기간의 차이, 국제 공조 지연 등으로 인해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크다. 또한 AI 조작 여부를 둘러싸고 법정에서 감정 결과가 충돌하거나 증거 능력 다툼이 증가해, 단순 사실관계 입증을 넘어선 '디지털 진정성' 입증 수사로 재판의 양상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경쟁 업체나 원한 관계에 의한 정교한 허위 민원 및 제보가 증가하는 것도 수사력을 분산시키는 요인이다.

◇ 다중 교차 검증과 AI 포렌식 의무화 등 대응책 마련 시급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보험업계와 수사기관의 대응 방식도 진화해야 한다. 단편적인 서류 검증에서 벗어나 실제 병원 내원 기록, 결제 내역, 위치 정보, CCTV, 처방 전송 기록 등을 입체적으로 대조하는 '다중 데이터 교차 검증'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생성형 AI 흔적 탐지, 문서 생성 패턴 및 영상 프레임 분석 등 AI 포렌식의 전문화가 시급하다.

보험범죄연구소 박철현 소장은 "과거의 보험범죄 수사가 범인의 '거짓말을 찾아내는 수사'였다면, 앞으로는 수많은 데이터와 증거 속에서 '무엇이 진짜인지 증명하는 수사'로 바뀔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향후 조사관과 수사관들에게는 단순히 AI를 활용하는 기술을 넘어, AI 생성물을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원본 중심으로 검증해 낼 수 있는 특화된 교육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https://www.insjournal.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