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24의 역설] 압박하는 정부…정작 비용 설계는 없었다
[편집자 주] 보험금 청구 전산화 플랫폼 ‘실손24’는 보험 청구 간소화의 상징으로 주목받았지만, 시행 이후 의료기관 참여 확산이 예상보다 더디다. 표면적으로는 병원 참여율 문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연동 여부가 핵심 병목으로 지목된다.
이번 기획은 실손24 확산을 가로막는 구조적 원인과 정부의 대응 한계를 짚는다. 첫 기사에서는 EMR 업체와 병원의 락인 구조, 낮은 경제적 유인 등을 분석했고, 두 번째 기사에서는 정부 압박에도 비용 분담·지원 체계가 미흡하다는 업계 시각을 담았다. 실손24 논란은 결국 보험 청구 간소화를 넘어 공익적 디지털 전환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플랫폼 ‘실손24’ 확산을 위해 EMR(전자의무기록) 업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비용 부담 구조에 대한 해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익성 높은 정책임에도 비용은 민간 사업자에 집중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최근 실손24 활성화가 지연되는 배경으로 일부 EMR 업체의 연동 미참여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의료기관이 실손24에 참여하려면 사용 중인 EMR 프로그램이 시스템과 연동돼야 하는데, 일부 업체가 개발에 참여하지 않아 병원 역시 시스템 접속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구조적 문제를 알고도 사실상 EMR 업체에 책임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본다.
EMR 업체 입장에서는 실손24 연동을 위해 보험 청구 데이터 표준화, API 구축, 개인정보 암호화, 유지보수 체계 마련 등에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에 따른 직접 수익은 거의 없다.
한 EMR 업계 관계자는 “실손24는 환자 편익과 보험사 업무 효율 개선 효과가 크지만 개발 비용은 EMR 업체가 부담하는 구조”라며 “공익사업에 가까운 정책 비용을 민간 기업이 전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실손24 활성화로 가장 큰 편익을 얻는 주체는 보험사와 소비자라는 분석이 많다.
보험사는 종이 서류 검수, OCR 처리, 입력 오류 등 행정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병원 방문이나 서류 발급 없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반면 EMR 업체와 병원은 구축 비용과 운영 부담만 늘어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초기 단계부터 비용 분담 설계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보험업계 또는 실손24 운영 주체가 EMR 업체에 초기 API 개발비와 인증 비용 일부를 보전하는 방식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플랫폼 산업 초기에 가맹점 연동 비용을 지원하는 것과 유사한 구조다.
병원 직접 인센티브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예컨대 실손24 연계 병원 인증, 디지털 전환 지원금, 세액공제, 행정평가 가점 등이 제공되면 병원이 EMR 업체에 연동 압박을 가할 유인이 생긴다.
현재는 병원 역시 실손24 도입에 따른 직접 보상이 거의 없다. 환자 편의 개선 외에 별도 수익 효과가 없고, 일부 병원은 진단서·서류 발급 수수료 감소를 우려하기도 한다.
단계적 의무화도 현실적 방안으로 꼽힌다. 업계는 △표준 API 가이드 제공 △개발비 일부 지원 △유예기간 부여 후 의무화 방식이 시장 저항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지원에 소극적인 배경도 있다. EMR 업체 상당수가 민간 기업, 일부는 상장사라는 점에서 정부 지원이 특정 사업자 지원 논란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비케어, 비트컴퓨터 등 주요 사업자가 이미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유한 상황에서 보조금이 대형 사업자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결국 실손24 논란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비용 분담 문제라는 평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공공 편익을 강조하지만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는 왜 특정 민간 사업자가 비용을 떠안아야 하느냐는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실손24는 기술 연동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 경제학의 문제”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실손24 확산이 본격화되려면 단순 압박보다 비용과 편익을 재설계하는 정책 보완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공익은 정부·보험사·소비자가 누리는데 비용은 EMR 업체가 부담하는 현재 구조로는 자발적 참여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출처: https://www.fin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8493